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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빛은 사랑을 싣고

칼 세이건은 광활한 우주에 인류만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창조주는 엄청난 공간을 낭비한 것이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우주는 너무 넓어서 한 항성계에 문명이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 그 거리 때문에 다른 항성계의 문명을 만날 수 없는 형편이다.   우리 은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많은 별이 있다. 그 중 우리가 속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빛조차 약 4년 반이나 걸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에 사는 친구와 간단한 카톡을 주고받는데 9년 걸린다는 말이다. 지금 태양계를 막 빠져나가고 있는 보이저 1호에게 NASA에서 어떤 명령을 내리면 전파가 약 하루를 날아 보이저호에 도착한다. 빛(전파)이 하루 걸려 가는 거리를 보이저 1호는 지난 50여 년을 쉬지 않고 날았다. 이것이 우리 과학기술의 현주소다.   우주의 규모로 미루어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보다 월등히 발달한 문명을 이룬 존재에게 우리를 찾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망망대해에서 조난하여 무인도에서 넋 놓고 구조를 기다리기보다 불을 피워 연기를 올리든지 모래밭에 돌무더기로 글자를 써서 멀리서도 잘 보이게 하면 혹시 근처를 지나는 비행기나 선박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19세기 초 우리가 화성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때 실제로 그런 계획을 세운 과학자도 있었다. 사막에 아주 긴 도랑을 파서 기름으로 채우고 불을 피운다거나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서 화성인들이 우리의 존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였다. 벌써 200년이 지났지만 무심한 화성인에게서 아직도 연락이 없다. 반세기 전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를 발사할 때 지구와 인류를 소개하는 금속판을 실어 보냈지만,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우주에는 우리 말고도 수많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생명이 시작하여 문명을 이룰 정도로 진화하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에는 상상할 수도 없이 많은 별이 있다. 그 중 지적 생명체를 품은 별은 확률적으로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문제는 거리다. 서로 떨어진 거리를 극복하는데 한 문명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주 최대 속도인 광속으로 날아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우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 저쪽에서도 우리를 찾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원한 인류 조상은 메소포타미아를 지난 후 한 무리는 지중해를 따라 유럽 쪽으로 가고 다른 한 패는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당시는 땅으로 연결되었던 베링 해협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며 헤어졌다. 그 후 기온의 변화로 두 대륙을 잇던 길이 끊어졌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유럽에 정착한 인류는 정복자가 되어 배를 타고 대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갔던 형제 앞에 나타났다.   우리는 지구상의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혹시 오래 전에 헤어진 우리의 다른 짝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태초부터 우리는 하늘을 동경해왔는데 귀소 본능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얼마 전에 'TV는 사랑을 싣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어쩌면 오래 전에 흩어진 우리도 별빛은 사랑을 싣고 다시 만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빛 사랑 지적 생명체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대륙

2024-12-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일명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원래 미국 정부에서 지원했는데 별 성과가 없자 지금은 규모와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영화 콘택트에서 주인공이 하던 일이다. 우주에 인류 말고 다른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는 시도는 전파망원경이 발명되고 나서다. 만약 우주 어딘가에 우리 정도 문화를 이룬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전자기파를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전자기파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전파는 인공적으로 송출하는 것이 일반이지만 자연에서 복사되는 전파도 있다. 물론 그 패턴이 달라서 우리는 그 차이를 가지고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전파인지, 혹은 어떤 지적 생명체가 보낸 것인지 구별한다.     전자기파는 우주 공간을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 그런데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다. 천 배나 만 배쯤 크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기준으로 무한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제 아무리 빠른 빛이라고 해도 그 속도는 한정되어 있는데 빛은 1초에 약 30만 km를 간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19초가 걸리며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4년 4개월 걸리는데 우리 은하에만 그런 별이 약 4천억 개나 있다. 우리 은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은하수와 가장 가깝게 이웃한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이고 은하수에서 빛의 속도로 250만 년 걸린다. 우주에는 은하수나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약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입만 열면 억, 조라는 단위가 나오므로 실생활에서 그런 큰 수를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에 빛보다 빠른 것은 없으며 설사 엄청나게 빠른 비행체라도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는 있어도 빛의 속도를 낼 수는 없다고 한다.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질량과 부피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언급한 대로 설령 빛의 속도를 내는 우주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데 4년이 넘게 걸린다.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우리가 과학적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생명체 존재 가능한 외계 행성 중 어떤 곳은 빛의 속도로 천 년을 가야 한다. 설령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우리의 과학 수준으로는 결코 갈 수 없는 거리다. 혹시 상대방이 지구를 방문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빛의 속도에 근접한 기술을 가졌다고 해도 문명과 문명을 왕복하기에는 턱없이 넓은 우주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에 생명체는 우리뿐이란 말인가? 이렇게나 넓은 우주에 달랑 우리 인간만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그것은 분명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했던 말이다. 우주의 규모로 봐서 비록 서로 왕래는 못 한다고 할지라도 문화를 가진 지적 생명체는 우리 인류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인류의 문명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외계 지적 생명체와 맞닥뜨릴 확률은 없다고 본다. 그 대신 우리 태양계 안에서 박테리아라도 찾는 것이 더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미래 어느 날, 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바다를 헤엄치는 플랑크톤과 극적으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생명체 외계 외계 생명체 지적 생명체 생명체 존재

2024-11-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별이란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그런 별을 공전하는 행성이나, 그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이다. 만약 중앙 항성에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서 살 수 없고, 너무 멀면 추워서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별에서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행성에서만 생명체가 살 수 있다.     우리의 태양계를 예로 들면, 한가운데 있는 태양에 가까운 수성과 금성은 너무 뜨겁고, 목성과 토성은 너무 멀어서 춥다. 그러므로 그 중간에 있는 지구나 화성이 바로 태양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다. 영어로는 골디락스 존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전래동화 금발 머리(골디락스) 소녀의 얘기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 항성과의 거리는 별이 얼마나 뜨거우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엄청나게 뜨거운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은 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고, 반대로 별의 수명이 다 돼서 미지근한 상태면 좀 더 가까워도 된다.     그러나 설령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다고 해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생명체의 기본은 물이기 때문에 물의 존재가 생명체의 유무를 판가름한다.   하나 더, 중앙 항성에서 엄청난 방사능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구의 경우는 지구의 남극과 북극을 가로지르는 자기장이 생명체에 해로운 방사선을 막아 준다.   그 동안 우리가 밝혀낸 바로 우리 태양계 안에서는 인류 말고 다른 고등 생명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계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여 지난 30년 동안 약 5천여 개의 외계 행성을 찾았는데 그 중 몇 개가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아까 말한 골디락스 존에 들어가 있으며, 적당한 물과 대기도 있다는 관측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거리다. 창조주께서 만드신 이 우주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무한하다. 게다가 점점 팽창하고 있다. 이미 발견되었다는 외계 행성 중 가장 가까운 곳을 가는데도 편도 당 빛의 속도로 4년 반이 걸린다. 보이저호가 지구를 떠나서 태양계를 막 벗어나는데 약 40년이 걸렸다.     그 속력으로 가장 가깝다는 행성에 도착하려면 약 2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만약 거기에 생명체가 없다고 판정이 나면 또 몇만 년을 더 날아야 다음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한다고 한들 그렇게 먼 거리를 극복할 수는 없다. 차라리 진보된 외계인들이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 무인도에 남겨진 로빈슨 크루소가 뗏목을 만들어 감히 대양에 도전하는 것보다 차라리 연기를 피워서 근처를 지나는 배나 비행기의 시선을 끄는 편이 훨씬 현명한지 모른다.   이 순간에도 우주의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우리 문명이 끝날 때까지 우리 손으로 외계인을 찾지 못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만약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의 노력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어서 제외하자. 그런 고도의 과학 기술을 갖고도 우리를 찾지 못하는 멍청한 외계인 탓을 하는 편이 차라리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생명체 거주 생명체 거주 지적 생명체 고등 생명체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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